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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이란 무엇인가

runicode 2008. 3. 12. 21:08

논문이란 무엇인가

 

논문은 한마디로 말해도 전문적인 학술논문에서부터 대학졸업논문, 강의나 세미나의 숙제 같은 소논문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화제로 삼는 것은 한 권의 책에 대한 간단한 요약이나 간단한 조사보고 같은 리포트가 아닙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논문이라는 것은

 

어떤 문제에 대한 자기주장을

몇 가지 조사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방법으로 입증하고자 하는 일정량의 긴 글의 집합

 

을 의미합니다. 논문은 어떤 발상이 옳다는 것을 주장하는 점에서 시나 소설과는 다르고, 또 그 정확하다는 근거를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실증하는 점에서 수필이나 감상문과는 다릅니다.

 

이는 논문이 여러 가지 학문 연구 과정에서 이루어진 프로세스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과 계열의 학문으로 범위를 한정해볼 때, 자연과학에 가까운 심리학과 문자화된 사료를 중심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역사학과 같은 학문을 일괄해서 연구의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학문은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단계를 거치기 마련입니다.

 

문제설정 -> 조사 -> (연구자 개인 및 연구자 공동체에 의한) 논의 검토 -> 논문작성

 

논문작성

 

(1) 자신의 주장이 없는 것은 논문이 아니다

 

한 권의 서적이나 한 편의 논문을 요약한 것은 논문이 아닙니다. 또 인용만을 나열한 것, 타인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반복한 것도 논문이 아닙니다. 타인의 업적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표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도 논문이라고 간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일본의 대학생들이 표절에 대해 의식이 희박한 것은 정말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2) 자신의 주장에 대해 합리적인 방법으로 근거를 찾지 못한 것은 논문이 아니다.

 

이 경우 합리적인 방법으로 근거를 찾는다는 것을 엄밀히 수학적으로 증명된 것에만 한정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논문 주장의 근거는, 예로 들어 새로이 발견한 사실을 알리거나, 주장에 포함된 어떤 해석이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들을 효율적으로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본격적인 학술논문은 지금까지 논의되지 않은 독창적인 주장을 근거 삼아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며, 그 점이 바로 학술논문의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독창성이나 새로움은 앞에서 말한 발견이나 비판의 새로움이기도 하고, 발명이나 종합의 독창성이기도 합니다. 잘 알려진 타인의 훌륭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논문이 아닙니다(물론 타인의 어려운 논문을 쉽고 명쾌하게 해설하는 식의 논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구나 논문에서 피력한 주장은 그것을 읽는 다른 연구자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한 규칙이 정해져 있습니다.

 

논문작성의 프로세스

 

1) 논문은 무언가 특정의 주제에 대해 기술한 것이다문제설정

 

'특정 주제'에 대해 기술한 것으로는 오늘 조간 신문에 나와 있는 백화점의 바겐세일 광고도 있고, 개인용 컴퓨터의 설명서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논문에서 문제삼고 싶은 것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거나, 뭔가 학문적인 과정을 통해 검토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면 <사형제도의 찬반>도 좋고, <인형이 어떤 경로를 통해 소녀들의 손에 들어왔는가>라는 제목도 좋습니다.


논의의 의미가 있어 학문적인 절차를 통해 검토할만한 것이라 할지라도 아무 것이나 논문의 주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논문을 쓰는 사람에게 부여된 제약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예를 들면, 400자 원고지 50장 정도의 인문사회계통 논문의 표준 분량 범위 내에서는 <물질과 마음>이나 <독일의 근대법학> 같은 방대한 테마를 취급하기는 어렵겠지요. 15장 정도의 리포트라면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또 논문의 주제를 선택했다라도 기초지식 없이는 그 논문을 쓰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논문이나 리포트의 최종적인 주제는 논문작성 시점에서는(이미 축적이 있는 연구자가 아닌 경우) 정하지 않는 게 보통입니다.

세미나가 각자가 노력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테마를 결정하십시오. 논문의 테마는 '범위가 좁을수록 논문을 작성하기 쉽고 기반이 튼튼하다'는 원칙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 둡시다.


2) 논문을 쓰는 데는 재료가 필요하다조사 자료수집

   문헌탐색, 문헌 리스트 문헌 카드, 독서 노트 독서 카드

 

3) 논문에서 다루는 자료의 해석과 자기 의견은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논의 검토

 

문헌자료는 그 자체만으로는 죽은 소재에 지나치 않습니다.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고, 또 어떻게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는 연구자 자신의 끈기와 주의집중의 깊이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자가 자신의 의견을 마음대로 자료 속에 투영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1차 자료의 경우에는 "어떻게 공정하게 그것을 소개할 것인가"에 따른 기준이 논문의 가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두 가지의 극단적인 실수는 하지 않도록 합시다. 첫째, 자료(예를 들면 어느 철학자의 저작)를 자신이 쓴 것처럼 아무런 비평도 해석도 가하지 않거나, 둘째 그 반대로 자신의 견해를 자료 속에 있는 것처럼 논술을 진행하는 짓을 해서는 안됩니다.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데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타인의 어떤 학설 중에서 특정한 부분만을 논평함으로써 전후의 문맥을 무시하거나, 어느 부분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인지가 확실치 않게 하는 것 등은 피해야 합니다. 자신이 자료를 어떻게 공정하게 해석하고, 타인의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며,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나타낼 것인가 등, 논문을 쓰는 과정이나 논문 집필 후에도 자기 평가를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그러한 평가를 위해서는 공개석상에서 발표하고 타인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전반전

막연한 문제의 설정

관련 자료 수집

자료를 대충 훓어본다

문헌리스트 작성

어느 정도 좁은 범위의 논문 제목을 결정

 

 

 

중반전

제목에 맞춰 자료를 검토

기존 연구의 정리

자신이 공헌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가를 검토

논문 제목의 범위를 좀 더 좁힌다

자료의 검토

자기 설명의 모색

필요할 때 제목을 수정

 

후반전

초고 집필

초고의 검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초고를 바탕으로 발표해본다)

완성 원고 집필

 

                                                                     고바야시 야스오, <知의 기법>에서

[출처] 논문이란 무엇인가|작성자 라타